하지만 하지만 글 / 비비 1 봄이 온대도 찔레나무 꽃 순 따다 잎에 물면 지나는 산들바람 울기야 하것소 그래도 그리움이 지는 날이면 머리에 풀꽃 얹고 쫄래거리다 갯가에 퍼질러 앉아 호디기를 불던 순님이는 흘러가는 샛구름 한 장인들 품에 안았을까 2 일없이 서러운 날에는 풍뎅이 날개 같은.. 공원에서 2015.05.14
너를 위한 것 # 너를 위한 것 구차한 우리의 생활 속에서 남존(男尊)과 여비(女婢)가 아직도 그대를 동여매기는 하나 거기 난전에 여보시우! 가진 것 인삼 몇 뿌리를 내게만 보여 주! 날이야 풀리면 사는 것인데 몇 닢의 잔전으로 흥정일랑 맙시다 당신의 생활보다 더 귀한 꽃다운 내 여식이 여기 있는데.. 공원에서 2015.05.13
나를 위한 祈禱 # 나를 위한 祈禱 외로운 마음에다 돌덩이 하나 던지고는 돌아서서 기억을 더듬는다 그를 향(向)한 눈물이 내 연민이었음을, 먼발치께 가만히 바라보며 잠이나 꿈결에서까지 나를 사랑하게 하옵시고 충만(充滿)과 믿음으로 내 안의 나를 반기게 하소서 공원에서 2015.05.12
벽두의 그리움을 팔아먹을까 # 벽두의 그리움을 팔아먹을까 눈꽃이 밤을 밝히고 긴 긴 꿈은 끝났습니다 앞을 보거나 뒤를 바라보아도 소떼처럼 밝아오는 희망이군요 꼬랑지를 날리며 영원히 온 줄 알았죠 잠시 해를 넘기는 순간에 마음이 들떠 환성을 지르고는 야심한 시각 늦도록 눈사람을 만들었어요 안부가 온다.. 공원에서 2015.05.05
저 벌이라면 # 저 벌이라면 아끼고 돌아보며 걷기만 하던 길 흑단 같은 밤이거나 새벽이 속내 없이 흐르던 작은 숲 속에 해오라기 한 녀석이 빗금을 걸친다 비 맞아 깃을 떨며 분열로 묵혀 둔 은사시나무 가슴으로 죽은 새처럼 비는 내리고 날이면 임연수어 허덕이는 통증이 멀그레 사라져 간다 한 발.. 공원에서 2015.05.05
새벽 아침을 遺書라도 쓴다면 # 새벽 아침을 遺書라도 쓴다면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들 나를 용서하라 이 땅에 태어나 그대들에게 제대로 사랑 한 번 주지 못한 이 새가슴을, 이제 울며 죄를 고하노니 그대들 나를 용서하라 내 모든 동지들 나를 또한 용서하라 아가들아, 모질고 장한 여편네야, 용서하라 그리고 어머.. 공원에서 2015.05.05
그대 슬프다 하면 2 # 그대 슬프다 하면 2 쒜에엑, 우-우, 움... 그대, 그리 슬픈 노래는 부르지 말아요, 제발 가슴을 다친 갈가마귀 얼음조각을 물어 나르며 이글로 동굴 앞에 움터를 짓다 횡막골 갈빗대 하나 잊어버리고 말았지 날 선 날이었나 봐, 미친 짓도 아닌 걸 한 천 년쯤을 살고 싶어서 겨울날, 밑둥 잘.. 공원에서 2015.05.02
그대 슬프다 하면 1 # 그대 슬프다 하면 1 눈발이 날리네요 힘들어지는 하루해가 될 것도 같고 빙판을 날아 천상에라도 오른다면 기막힌 해후가 되긴 할까요 멀리 걱정해 주는 눈빛이나 숨소리 한 결에 가슴 녹아 이별은 어찌하나요 거친 들판을 돌아서는 강물로 흘러 길을 따라 미루나무 백사장을 참새가 날.. 공원에서 2015.05.02
낮게만 우는 시선들 ▒ 낮게만 우는 시선들 ▒ 바람이 분다고 날려야 갈까만 그래도 거리엔 사람이 오고 가네요 짙은 그늘이 오고 구름이 낮아지고 한 길의 거리엔 때늦은 낙엽들 뒹굴며 아프다고 소릴 지르는 저녁 굶주림으로 파고들어 촉 떨어진 알 전구 아래 신음으로 뒹굴고 샹들리에 천정(天井)은 높아.. 공원에서 2015.05.01
겨울 저녁 # 겨울 저녁 모로 무작정 고개를 돌리면... 잊히기는 할까, 모든 것들 서투른 낮에도 할 말 없어 비실대면서 너희는 웃으라고 건강히 웃으라고 말을 합니다 학교 문 앞이거나 떡볶이를 파는 길거리 천막 안일지라도 세균은 눈에 없이 성혼의 식을 치르고 뒷골목 하수도 구멍엔 오줌발이 성.. 공원에서 2015.05.01
녹차를 마시며 # 녹차를 마시며 차(茶)가 흘러내립니다 모처럼을 달이어 우려낸 맛이 혀끝을 붙잡아 패대기를 칩니다 얼굴이라야 눌푸른 모습에 따사히 사기잔을 어루만져 갈 곳 없는 망혼의 안착을 유허하는 것인데 누가 속을 알기나 하던가요 얘기나 하던가요 혼자 말하고 혼자 훌쩍이는 싸늘한 동해.. 공원에서 2015.04.08
반 바퀴만 돌아보면 # 반 바퀴만 돌아보면 천천히 일어나 오른쪽 한 바퀴라도 돌아보면 이 겨울 아침이 생글거리기라도 할 텐데 허기진 뱃속을 억지로 누르며 간 데도 없는 누군가에게 서럽게 편지를 쓴다 씩씩거려 콧김을 불려도 희미하게 날들 얼음판 위의 팽이채로 날리고 친근한 논두렁 살짝이 성냥 그.. 공원에서 2015.03.28
슈테른... 그 아름다움!! ♡ 슈테른... 그 아름다움!! ♡ 정말이지 아름다운 女人이여! 그대 밤새 강녕은 하시었나, 저 길고 긴 실타래를 끌고 황해의 바다를 사모해 동해를 박차고 달려온 우리의 사랑스러운 그대, 가늘게 서릿발 내리는 꿈은 분(分)과 초(秒)를 아울러서 그대 얼굴에 번져 빛나던 그리움 같은 사랑 .. 공원에서 2015.03.17
김제 가는 길 2 ♤ 김제 가는 길 2 ♤ -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 안개가 풀린다는 소식을 섬뜩 듣고서 귀도 뚫리지 않은 채, 임의 소식 듣고 자와 육십령 고개를 넘어갈까 금강 여울을 건너갈까 잠에서 다진 그리움을 두 손바닥 그들먹히 떠받들고 나는 가리오니, 오 사랑하는 임이시여! 당신께서 .. 공원에서 2015.03.17
김제 가는 길 1 ♧ 김제 가는 길 1 ♧ - 익산을 지나며 - 고개 넘어 돌아가는 길 골 따라 가는 길을 겨울을 이끌고 선 채 활엽수림 음지(陰地)로 숨고 벌컥 쏟아져 들어오는 낯섦이 차창 밖으로 팽개쳐진다 손등으로 햇살을 쫓으며 옥죄는 가슴을 물어 경계를 여미고 달래며 아, 여기는 그래도 내 나라 산천.. 공원에서 201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