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그대 슬프다 하면 2

추곡저 2015. 5. 2. 09:06

      
      # 그대 슬프다 하면 2 
      쒜에엑, 
      우-우, 움... 그대, 
      그리 슬픈 노래는 부르지 말아요, 제발 
      가슴을 다친 갈가마귀 얼음조각을 물어 나르며 
      이글로 동굴 앞에 움터를 짓다 
      횡막골 갈빗대 하나 잊어버리고 말았지 
      날 선 날이었나 봐, 미친 짓도 아닌 걸 
      한 천 년쯤을 살고 싶어서 
      겨울날, 밑둥 잘린 지푸라기 풀어져 버리고 
      달, 달, 보고 싶은 달, 
      겨드랑이 헤집고 자작자작 눈밭을 거닐어선 
      푸른 냇가 배회라도 했을까 
      천상을 오르다 성큼 주저앉아 
      스리쿠션에 목매달고 아득한 향기 짙어진 고향을 보았지 
      서럽지도 않더라, 가야 할지 가늠도 없던 길 
      다시는 못 볼 뻔한 그리운 산천을 
      씨 할 고추 밑천만은 남겨야 한다고 움켜잡던 모성을 
      가자미 곁눈 거품으로 덮어씌우곤, 칡동 그늘에 
      어설피 숨었다 
      고고성에 울던 탯줄처럼 질긴 목구멍, 
      백라이트 불빛에 주춤이며 에쎄(esse)로 단감으로 
      발톱마저 붉게 물들고는 
      징검다리 총총 
      여기는 고도 위 해발을 자랑하는 
      음지 깔린 빙판길, 
      출렁이며 넘어가던 저승길 황토로를 
      지축을 흔드는 말발굽으로 
      뜨악해지는 양조장 같은 내 뒤꼍의 곳간에 
      점 찍어 내밀다가 돌아본 승착로 
      온통 크레졸 향연으로 나-를 살리는 
      온몸 절리도록 노닥이는 잡화상 잡놈들의 집회장 옥상 
      간이 떨리고 난 뒤, 
      하품이 오는 
      오작교 별빛 하늘 아래   
      그대 슬프다 하면 나 어이하리 
      

'공원에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 벌이라면  (0) 2015.05.05
새벽 아침을 遺書라도 쓴다면  (0) 2015.05.05
그대 슬프다 하면 1  (0) 2015.05.02
낮게만 우는 시선들   (0) 2015.05.01
겨울 저녁   (0) 201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