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과 쪽빛 바다 # 바람과 쪽빛 바다 낮은 구름 사이로 바람이 불고 저녁은 차갑게 왔다 그리 바람이 불고 회색 시간들 새로 불쑥 드러난 그리움에 목이 시려 울지도 못하던 속, 하나 저녁은 고즈넉이 그렇게 왔는데 빗질도 하지 않은 머리끝 기억 속으로 그렇게 왔는데 지나가는 바람이 불고 내내 흩어지.. 공원에서 2018.07.22
허허, 그대도 좋다면 # 허허, 그대도 좋다면 살아 오늘 같은 날은 울지 않으려네 망막이 흐려진대도... 꿈속에서 운동회를 마치면 누군가 상을 줄 텐데, 지금은 나 웃으며 말하네 무엇이 이렇게 나를 동댕이치게 하는가 대파 같은 줄기로 상을 차렸네 절도 했네 떡국은 먹지 못했네 음복했네 취했네 나 가고 싶.. 공원에서 2015.06.11
하느님 부처님 날 낳으시고 ┼ 하느님 부처님 날 낳으시고 믿음을 가진다면 흩트리지 마라 어머니 하느님 날 낳으시고 부처님 아버지 날 기르시니... 저는 어제도 유곽(遊廓)에 엎어져 요부 같은 마리아를 흠모하고 싯달타의 그... 아름다움을 껴안고는 밤새 뒹굴다 눈을 떴어요 정반왕의 부마로 간택 당한 아침 날이.. 공원에서 2015.06.11
안스럽게 하루 # 안스럽게 하루 머리 싸매고 뒹구는 아픔보다 눈에 나는 눈물이 더는 나을까 낮도 밤도 잊은 듯 그림자 부서지고 담장 아래 오염이 아주 짙게 흘러내린다 등창 쑤셔 땡기는 어깨와 허리 이울어 밍기는 통증이 꼭 한 발 거리쯤에 피멍으로 잠겨서 오늘을 살았다 신음을 뱉어내고 꿈속에서.. 공원에서 2015.06.10
빛나는 순수의 저 무서움 # 빛나는 순수의 저 무서움 자, 저기 출렁이는 포구의 물결, 물결, 한없는 햇살의 눈부심에 마음 시려하는 것인가 말없이 바라보면 연륜의 바람 소리 그 속을 지나가고 고요히 부서지는 건 빛나는 순수 그 결정의 아픔이거나 무서움일 게다 이르기도 한 날에 보여지던 거짓과 발꿈치의 냄.. 공원에서 2015.06.10
취(醉)했어요 # 취(醉)했어요 슬프면 눈을 들어 여기를 보세요 철부지 울음은 싫기만 하군요 가슴 아프다 술을 마시고 이리 취(醉)해 버렸지요 무지개를 버리고 살리라 무지하게 취(醉)했어요 『공원에서』 공원에서 2015.06.10
모처럼의 외출 # 모처럼의 외출 낡은 바람이 도심을 지나 외곽으로 빠져나간다 바빠질 것 없는 한산한 발걸음 모모 일 공열 시쯤의 생활은 시내버스 흐릿한 창문에 매달려 삐걱거리고 겨울 하늘에 매달린 몇 줌의 찌든 자취가 이정표로 행인들의 얼굴과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조간신문 모서리에 인.. 공원에서 2015.06.07
찹싸~~알~~떡!! # 찹싸~~알~~떡!! 달 밝은 밤에 가랑눈이 사그락거리면 대도심의 골목길에 난데없이 찹~싸~아~알 ~ 떡~~ !! (평성으로 숨 안 쉬고 크게 외친다) 찹쌀떡 사려 ! (다시 리듬을 맞춰, 큰 소리로) 찹싸~알 떡~~ !! (더 크게) 찹~쌀~ 떡!! 메밀~무욱!! 지나던 행인에게도, 서~엉~님! (if) 떡 하나 팔아 주면 (.. 공원에서 2015.06.07
덩달아 허허허허... # 덩달아 허허허허... 뜻 없이 섧다가도 하하하하! 히히히! 한눈 팔아 부딪히는 이마빼기도 뭉클어 훈장을 달면 가까운 이웃들 서둘러 걷다가도 어허허... 원론의 삶도 좋지만 개나리 버들가지는 쪼 우째여, 모처럼을 돈가스 한 접시 받아들고 아이들 좋아는 하지만 묵은 목구멍엔 노릿한 .. 공원에서 2015.06.07
소외 # 소외 살금살금 미운 놈 기어들어 정적(靜寂)을 훔쳐내곤 뒷마당 싸리 울타리 수챗구녕에 또롯이 내던져진 국수 줄 한 가닥 개미조차 딴전을 피워 혼자 말라 비틀어진 공원에서 2015.06.06
그렇고 그래 # 그렇고 그래 쓸데없이 나른하다 비집는 저 웃음이 그렇고 취(醉)한 눈에 궁숭거리는 허거로움이 그렇네 골목길 애처로이 걸어가는 뒷모습이 그렇고 눈 내리는 아침을 호호거리는 동동임도 그렇고 현관문에 불어 드는 객 바람이 그렇지 누룽지 한 조각 돌돌 마는 동심(童心)이 그저 그렇.. 공원에서 2015.06.06
기다리며 # 기다리며 밤이 오면 추워진다 관(棺) 속에 누워 별을 보면 멀리 극광이 보이고 아무렇지 않게 침을 삼킨다 목이 말라도 쏘아져 올라갔던 정수리에 말아 올린 찌꺼기로 남아 누군들 새처럼 울어는 줄까? 측백나무 가지에 비련( 悲戀)이 잠들어 자정 이 맘쯤을 울고 있으면 Guido Negraszus / The.. 공원에서 2015.06.02
눈(雪) 같은 삶을 이기랴 # 눈(雪) 같은 삶을 이기랴 차라리 나를 버리랴 새벽이 오면 그대 날이 그리워 운다고는 말하지 마라 산정에 날리는 눈(雪)이라지만 그대 기원하는 바람인 것을 한 줌의 마음으로 만 가지 원망을 들추면 천 년의 전설을 이야기 못 할 것도 없지만 그대 말하지 마라 한구석 미움이 설워진다.. 공원에서 2015.06.01
바람의 혁명 # 바람의 혁명 느닷없이 바다를 건너오고 말았다 짧은 시간의 무게를 사정없이 걷어차 돌려세운다 온갖 아성의 권위로 출몰하여 거칠 것 없는 절색의 신천지를 말없이 유린한다 강철 같은 위용으로 도도한 그녀를 우악스레 애무하고 포구마저 신음케 한다 매춘의 경험도 모자란 듯 흘리.. 공원에서 2015.05.31
허지만, 감응 그 # 허지만, 감응 그 기다림이란 작은 새의 가슴앓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그락 갈대 소리와 하늘을 품에 안은 호수의 물빛으로 기억되는 싸리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이름 모를 멧새와 싱그런 소나무 내음으로 아침을 맞는 솔새의 부리처럼 어긋난 입술 고지런히 닫고 그저 바라보는 .. 공원에서 201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