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제 가는 길 1 ♧
- 익산을 지나며 -
고개 넘어 돌아가는 길 골 따라 가는 길을
겨울을 이끌고 선 채 활엽수림 음지(陰地)로 숨고
벌컥 쏟아져 들어오는 낯섦이
차창 밖으로 팽개쳐진다
손등으로 햇살을 쫓으며 옥죄는 가슴을 물어
경계를 여미고 달래며 아, 여기는 그래도 내 나라 산천인데...
하늘인데도... 멀기만 하던 시절,
저곳 능선과 골짜기를 말들이 달렸을 거라,
후한 기상으로 그들
설움은 넉넉히 견디어 내었을까
짐작해 본다 찬란한 후백제의 용기병들을 가만히...
뚝뚝 피 떨어지는 함성 속을, 힘없는 숨통들 억새로 나부껴
골골 걸음마다 빛바랜 석양을 전별하고
저 구비 이 구비를 거적으로 옮겨도 다닌 후에
산발과 주림으로 설워지던 날들
오늘은 예서 만나
반사광에도 깨어질 울먹임은 주춤거리고
무적심의 굴틀, 재빠름을 뽐내 꼬리를 밟고 나가며
기마세로 온통 바람에 쓸리는 모래알들을
휘청거리는 한낮의 길 위에
적으로 뿌려 놓는다
더, 저 켠
더, 저 멀리로
기억을 매달아 낯선 곡(哭)을 토하며
오지도 가지도 못할
아리랑 같은 세월의 적으로 적으로

Bidin` My Time / Anne Mur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