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김제 가는 길 1

추곡저 2015. 3. 16. 23:22

      
      ♧ 김제 가는 길 1 ♧ 
              - 익산을 지나며 -
      고개 넘어 돌아가는 길 골 따라 가는 길을 
      겨울을 이끌고 선 채 활엽수림 음지(陰地)로 숨고 
      벌컥 쏟아져 들어오는 낯섦이 
      차창 밖으로 팽개쳐진다 
      손등으로 햇살을 쫓으며 옥죄는 가슴을 물어 
      경계를 여미고 달래며 아, 여기는 그래도 내 나라 산천인데... 
      하늘인데도... 멀기만 하던 시절, 
      저곳 능선과 골짜기를 말들이 달렸을 거라, 
      후한 기상으로 그들 
      설움은 넉넉히 견디어 내었을까 
      짐작해 본다 찬란한 후백제의 용기병들을 가만히... 
      뚝뚝 피 떨어지는 함성 속을, 힘없는 숨통들 억새로 나부껴 
      골골 걸음마다 빛바랜 석양을 전별하고 
      저 구비 이 구비를 거적으로 옮겨도 다닌 후에 
      산발과 주림으로 설워지던 날들 
      오늘은 예서 만나 
      반사광에도 깨어질 울먹임은 주춤거리고 
      무적심의 굴틀, 재빠름을 뽐내 꼬리를 밟고 나가며 
      기마세로 온통 바람에 쓸리는 모래알들을 
      휘청거리는 한낮의 길 위에 
      적으로 뿌려 놓는다 
      더, 저 켠 
      더, 저 멀리로 
      기억을 매달아 낯선 곡(哭)을 토하며 
      오지도 가지도 못할 
      아리랑 같은 세월의 적으로 적으로 
      

      
      Bidin` My Time / Anne Mu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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