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를 쓴다는 건 # 詩를 쓴다는 건 詩를 쓴다는 건 누구 말마따나 미친 짓이다 길게 늘어진 산 일 번지 그림자나 날 선 굶주림들 덜컹거리는 철로 변의 뒷골목에서 무작정 떠나고 싶은 하직인사는 어떻게 하는가? 한 평 남짓 햇볕도 들지 않는 비루먹은 숨소리 쪽방 같은 우울로 쑹쑹 싸구려 충동처럼 그리 외쳐대다가 어디 근처쯤 처마에서 비둘기가 절망처럼 울어대면 가시지도 않은 어둠 속 음습한 기침들 좔좔 쏟아져 쉽게 떠나지도 못하는, 아마 그런 것일 게다 世上 속으로 2014.12.29
다시 2호 체인점에서(4) 70. 다시 2호 체인점에서(4) 저리 멀쩡한 다리 사이로 미꾸라지 헤엄치고 지나가면 밤참을 먹다 말고 떨어뜨리는 대나무 젓가락이 정통으로 대가리를 꿰뚫고 물방개처럼 춤을 추지요 앞다리 동동 뒷다리 동동 짜릿짜릿 들어오는 오십 볼트 사이렌에 아새끼는 금세 새파래집니다 똘마니이.. 世上 속으로 2014.05.28
다시 1호 체인점에서(4) 69. 다시 1호 체인점에서(4) 아련한 봄밤의 꿈에 젖습니다 날씨가 삼십도나 되니까요 무어라 말해보세요 사월이 울고 가면 머리 꼭대기에 피도 마르지 않은 녀석들이 쏟아져 나오지요 부실부실하고 벌건 왕벚나무 꽃을 선사할까요 파릇파릇 정겨운 개불알꽃을 선사할까요 밤이면 물가로 .. 世上 속으로 2014.05.28
다시 2호 체인점에서(3) 68. 다시 2호 체인점에서(3) 별이 떨어지고 누군가 울고 있다 산다는 것에 대해 자신을 갖지 못한 밤 고양이 2호점 처마 밑에 누워서 질주하며 지나가는 거리의 차들을 향해 침을 내뱉는다 누워서 침 뱉기! 엎드려서 침 뱉기! 양쪽 발가락이 잔뜩 썩어들어가도록 世上 속으로 2014.05.27
다시 1호 체인점에서(3)) 67. 다시 1호 체인점에서(3)) 잠잠잠잠...... 잠잠잠잠...... 비가 오는 것도 바람 부는 것도 아닌데 잠잠잠잠...... 잠잠잠잠...... 머릿속에서 무수히 기어나오는 벌레들, 世上 속으로 2014.05.26
다시 2호 체인점에서(2) 66. 다시 2호 체인점에서(2) 눈 부신 햇살이 쏟아진다 2호점 머리 위에 폭포 같은 빛줄기를 맞으며 인근의 비둘기들이 모여든다 날개 밑에 감춘 작은 소망들을 부리로 쪼아 대고 흐려진 시각으로 모이를 찾는다 빵 가게 아저씨가 중절모를 쓰고 걸어간다 2층의 동심다방 아가씨는 녹차 배달.. 世上 속으로 2014.05.26
다시 1호 체인점에서(2) 65. 다시 1호 체인점에서(2) 밤을 참 잘 자고 났어요... 비틀대는 위장은 이제 좀 조용해졌지요 힐끔거리며 벽걸이 시계가 하품을 한다 앞마당을 청소하고 물을 뿌리고 지붕 위에 내렸던 빗줄기의 흔적들을 말끔히 지워버리고 가스레인지 불꽃을 피워 올려선 더러워진 외로움을 삶는다 삶.. 世上 속으로 2014.05.25
다시 2호 체인점에서(1) 64. 다시 2호 체인점에서(1) 빌어먹을! 병원문을 들어서니 조명불빛이 안온하다 심전도를 아세요? 주머니를 비워주세요 허나 내 허리띠 걸쇠도 쇠붙이고 미처 생각지 못한 열쇠고리도 우측주머니에 들었어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에 충실하며 이리저리 대가리를 굴리니 가슴 여.. 世上 속으로 2014.05.24
다시 1호 체인점에서(1) 63. 다시 1호 체인점에서(1) 속이 곪아 터진 여자의 아침에 피어 올라오는 안개가 동네를 한 바퀴 휘~ 돌고는 젊은 뱀처럼 풀숲으로 사라진다 낯선 사내가 휘파람을 불면 움찔거리던 그녀 새벽부터 일어나 반듯하게 눈썹을 그리고 개수대에 손을 담근다 호박 한 덩이에 두부 한 모 콩나물 .. 世上 속으로 2014.05.23
2호 체인점에서 # 2호 체인점에서 2호 체인점 뒷방에 엇비스듬히 기대앉아 1호 체인점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다 저 1호 체인점 빗소리는 무엇을 먹고 자랐을까 궁금해지는 것이 돈이 없어 굶고 있는 내 배때지가 내지르는 골골 소리가 민감해진 탓일까 단맛을 넣지 않으면 입맛이 떨어진다 홀.. 世上 속으로 2014.05.22
1호 체인점에서 61. 1호 체인점에서 죽고 싶을 만치 외로울 때... 정녕 그렇게 소원할 때... 그대는 무얼 하는가 무엇을 생각하는가 끝 간데없이 취해서 식육점 갈비짝처럼 온몸을 내던지면 그 속은 편해질 것인가 무작정 몽상(夢想)의 시간들 부풀리면 가라앉기는 할 것인가 불쑥 치밀어 오르는 답답함을 .. 世上 속으로 2014.05.21
신록 # 신록 1 바람꽃 떨어진 자리 눈물 사위어 초록빛 손님들 모여 앉았네 건너 뜰 보리밭 고랑엔 하늘 내려와 감자꽃 새참 사이 누이의 얼굴 2 바람꽃 떨어진 자리 눈물 사위어 강심은 간간이 푸른 멍들고 무덤가 할미꽃이 고개를 젓는 고무신 신고 넘는 붉은 고갯길 『 세상(世上) 속으로 』 世上 속으로 2014.05.15
샤샤샤... 오월은 # 샤샤샤... 오월은 샤샤샤... 로 시작되던 섹스의 욕구가 허기진 아랫배로 풀릴 때쯤이면 훌쩍 덧자란 가슴을 하고는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황홀한 수정체의 빛이 날카로워 청이끼는 숲의 푸른 날숨을 흘리고 정적은 깨어진 채 호흡기 증후군처럼 버석이던 옥수수 잎새의 소나기들 .. 世上 속으로 2014.05.13
보이는 것들에 대한 것,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것 # 보이는 것들에 대한 것,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것 플라타너스 가지 사이로 바람은 지나는가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아 오늘은 오월 어린이날 내 아이의 실핏줄이 지나간다 찬란한 햇살이 빛나는 정말 어린이날이야 내 마당 뒤켠에 혼자 서 있는 오동나무 오동오동 동동동 보랏빛 .. 世上 속으로 2014.05.11
삼각함수 붙는 날 # 삼각함수 붙는 날 바람이 지나가면 진흙 부스러기들 타닥타닥 떨어져 내리는 한옥 기와집 오 촉짜리 전구가 가만히 숨을 내쉬는 재래식 뒷간 문을 열면 지붕 위로 문득 스무사흘 달빛이 대문 옆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백발의 십구공탄 밸간 불씨와 손을 맞잡는다 반세기쯤은 족히 삭았.. 世上 속으로 2014.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