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 속으로

샤샤샤... 오월은

추곡저 2014. 5. 13. 18:36

 

       
       # 샤샤샤... 오월은
      샤샤샤... 로 시작되던 섹스의 욕구가 허기진 아랫배로 풀릴 때쯤이면 
      훌쩍 덧자란 가슴을 하고는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황홀한 수정체의 빛이 날카로워 
      청이끼는 숲의 푸른 날숨을 흘리고 정적은 깨어진 채 
      호흡기 증후군처럼 버석이던 옥수수 잎새의 소나기들 아우성, 
      징검다리 돌돌돌 뒤따라 건너간 뒤 
      무지개 번지는 물결 그늘 밑에 미꾸라지 혼자 더듬이를 씻던 
      언제였던가, 내 보고 싶은 아버지! 
      지축을 흔들며 사통팔달 기적이 지나간다 
      기온이 머리를 밟고 올라서서는 하늘가 흰 구름을 찾는다 
      오월의 상투가 활엽들의 환호를 받는다 
      멋들어진 활력이 스포츠카를 몰고 질주한다 
      쭉 뻗은 신천지 대로는 무한정 길다 
      샤샤샤... 로 시작되는 황홀한 번민의 바람이 불어온다 
      사람들, 얼굴들, 언어들, 거지 패션 청바지에 선글라스, 
      푸른 넥타이 
      누군가 방아쇠를 당기고는 주말 아침이다 
      깨끗한 치아 사이에 한 점 고춧가루가 끼였다 
      발효가 시작도 되기 전 샤샤샤... 양치질을 한 다음 
      한 모금 물을 마신다 
      늘 생각하던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본다 
      흐릿한 상념일 뿐 샤샤샤... 
      왜 그럴까? 늘 깨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아픈 일이기만 한 것도 아닌데 
      한적한 변두리 시장동네는 저만치서도 푼돈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떡 방앗간의 덜그럭 떡 빻는 소리... 쟁반에서 떡볶이나 어묵이 잦아드는 소리...  
      순댓집 솥 아구리에 허연 김이 식어서 날아가고, 김밥에, 족발에, 
      온갖 삶의 야릇한 비린내가 회를 동하게 하고  
      마음이 들떠버린다 샤샤샤... 샤샤샤... 
      부지런히 걸어 보아야겠다 발 치수 이백육십오 밀리에 맞추어 
      동쪽도 가고 서쪽도 가고 팔달교나 오봉산도 걸어서 가보고 
      인도블록 경계석에 다리도 얹어 보고 산 아래 분수대와 인조폭포를 구경도 하고 
      발바닥이 부러지면 어떨까, 발목이 시어지면 어떨까, 
      부지런히 걷다 주저앉는 대도 샤샤샤... 허기진 아랫배로 풀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 
      잎들을 보라, 꽃들을 보라, 오월은 죽음의 날들이다 그런 탓에 살아야만 하는 날들이다 
      일교차로 떨어진 체온이 급상승해야 하는 날들이다 
      오, 
      꿈속의 내 아버지! 당신! 
      오늘은 어버이날... 
      『 세상(世上) 속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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