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말하다

[편린 3 ]

추곡저 2019. 7. 21. 19:13

      
      # 편린 3 
      궂고 궂은 날을 장대 같은 비가 
      쇠창살 울타리를 타고 내리면 
      사근사근 예쁘게 속삭여줄 사람도 없다 
      등을 대고 누우면 천장이 떨어져 내리고 
      배를 깔고 바닥에 머리를 대면 
      가슴은 싸늘한 과녁이 되어 
      달리는 차 소리에 화살을 맞는다 
      간밤 꿈에 뒤덮인 역사(轢死)가 지나가고 
      흙탕물이 좁은 골목길을 돌아내리면 
      비 맞아 김 오르는 목욕탕 이만큼 앞에선 
      집으로 돌아가는 하얀 아가씨 
      탐스러운 긴 머리에 
      네모진 하수도가 구멍 난 틈으로 
      자꾸 들어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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