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린 3
궂고 궂은 날을 장대 같은 비가
쇠창살 울타리를 타고 내리면
사근사근 예쁘게 속삭여줄 사람도 없다
등을 대고 누우면 천장이 떨어져 내리고
배를 깔고 바닥에 머리를 대면
가슴은 싸늘한 과녁이 되어
달리는 차 소리에 화살을 맞는다
간밤 꿈에 뒤덮인 역사(轢死)가 지나가고
흙탕물이 좁은 골목길을 돌아내리면
비 맞아 김 오르는 목욕탕 이만큼 앞에선
집으로 돌아가는 하얀 아가씨
탐스러운 긴 머리에
네모진 하수도가 구멍 난 틈으로
자꾸 들어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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