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희망과 의지가 상처를 남긴다

안개

추곡저 2020. 1. 17. 11:14





       
      
      
               ▒ 안개 ▒ 
      밤이면 바다는 한 움큼씩 안개를 토해냈다   
      그럴 때마다 피어나듯 포구에는 하나 둘씩 기다림들 서성이고 
      곳곳이 베일로 가려지고 나면, 
      안갯속의 전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아리를 틀었다  
      물동이에 담겨지던 새색시의 젖은 숨결과 
      낯선 이방인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잦아들고 
      사연에 끌려 밤을 지새우던 언덕바지 십자가 불빛은 
      삼 층 베란다에 널린 하얀 빨래들을 지나쳐서 
      혼자 사는 젊은 처녀의 원룸 속으로 숨어들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안개에 갇혀 길을 잃은 
      술 취한 한 젊은 어부가 
      자신의 얼굴을 난도질했다는...    
      갈수록 이런 소문들 부풀어 오르고 
      안개는 방파제와 등대를 돌아 싱싱한 횟감들이 펄럭거리는 
      멀리로는... 작은 섬들이 고즈넉이 바라다보이는 횟집 창문과 
      우아하게 지어진 모텔과 그리고 
      느티나무 가지가 무성한 면사무소 건너편에 있는 
      주유소 마당을 지나 천천히 나아갔다  
      노란 경고등이 점멸하는 굴곡이 심한 아스팔트 넓은 도로 위에선 
      숨 가쁘게 달려오는 승용차의 곤죽이 된 얼굴과 
      경악스런 또 다른 비명들을 뒤로 한 채 
      안개는 전진을 계속했다   
      결코 멈출 줄을 모르고 어느 산새의 기원에도 아랑곳없이  
      안개가 지나치는 곳마다 
      千年씩 묵었던 전설들이 우수수 깨어난다  
      이대로 가다가는 곧 너의 차례가 되지 않을까? 힘든 줄 모르는 시간이여, 
      잠이 들다 깨어난 이른 새벽 
      함께 부풀어 오르는 여인네의 욕정처럼 
      안개를 먹고 자라나는 방황이여,  
      





RacingModel 최윤경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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