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화상 2
알 밴 칡뿌리 암놈처럼 파고드는 질기디질긴 잠 속에서 깨어나면 허공에 떠 있는 팽그라니 기억들
유리잔으로 깨어진 첫 순정의 파편같이 겨우 삼십 촉 알 전구의 누리끼리한 곰팡내로 설설 끓어대는
돼지머리 국밥의 솥단지처럼 쉽게 잠재워지지 않는다
산 머리를 돌아... 용감하게 떠나가는... 철럭거림들... 까만 흑백의 그 필름을 되돌리다 보면
아직도 배고픔을 느끼는 내장들은 비좁은 답답함에 억눌리어
헉헉 숨이 차오르고
어느새 늘어진 유년(幼年)의 혼은
둥둥 떠가는 시냇물의 고무신 자락 속으로 포개어진다
둔덕의 아카시아가 뿌리를 내보이며 자라고 있었을 때 그 뿌리를 잡아당기며 장난질 친 적이 있듯
지금 나의 머리맡에 작은 아픔의 흔적들 나를 비웃으며 잡아당기고 있다
아카시아 뿌리만도 못한 콧구멍 두 개와 손가락 발가락 다섯 개씩을 움츠리고
새우잠에 익숙한 흐릿한 나이의
이 지지리한 궁상을...
그러나 어쩌랴, 오늘도 별수 없이 형광등 발화점을 잡아당기며
어두운 저녁 불 밝히고 있는 것을
『 잘못된 희망과 의지가 상처를 남긴다 』
Away from her OST / only Yesterday / Isla G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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