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희망과 의지가 상처를 남긴다

이잉잉! 바람이 불어

추곡저 2015. 1. 7. 14:00

 


50. 이잉잉! 바람이 불어 
이이잉~잉잉! 바람이 분다 섣달 열흘 
지나가는 겨울바람이 잉잉! 해남의 땅끝에서 불어 제낀다 
아낙들아, 포구의 뱃전에는 잔뜩 눈이 내려 
험악한 얼굴로 뱃머리 나신을 감싸 안지 않더냐 
나신의 꼭대기에서도 잉잉! 이이잉! 바람이 불고 눈이 날리고, 급기야 한밤중 
내내 바람이 불어...  
짚가리 우동불조차 얼어들지 않았더냐, 잉잉! 바람이 불어... 
무겁디무거운 울부짖는 할애비 설움 같은 
희멀건 눈이 계골산(鷄骨山) 바위 자락처럼 내려 
울부짖는 농사꾼과 축사의 암소들 눈망울조차 뒤집어 놓고 
콧김을 내불리며 별이 쏘아대는 밤, 
뒷산 자작나무 가지가 얼음을 이고 꺾어져 내렸다더라 잉잉! 
바람이 분다 
서해바다 먼 땅끝에서 너를 알아보지 못하는 바람이 
시신의 뼈다귀처럼 자꾸만 잉잉 불어...  
그렇게 불어...  
외다리 전신줄에 걸리다가 
밤새 기와지붕 처마 밑에 고드름처럼 잉잉! 이잉잉! 울면서 
새벽 기차가 달려가듯 잉잉! 
방패연 가운데 대나무 살처럼 뚝 부러져 울어...  
흔들리는 호롱불 검은 끄으름으로 
부뚜막 서너 알 떨어진 굵은 막소금으로 
외따로 떨어진 저 미루나무와 버들가지 늘어지던 여름날 로객행위처럼 
살얼음 깔린 도살장 창고의 시멘트 바닥에 죽어 널브러진 
꽁꽁 묶인 검은 육백이의 둘둘 말린 검불똥이 묻은 꼬랑지처럼 
또는 장작불에 타닥타닥 타 익어가는 힘센 황소 가죽에 달라붙은 고깃살이나 
천엽같이 말갛게 눈물 흘리며 울었다 
이잉잉! 이잉! 잉잉! 
돼지 눈물 같은 바람이...  
잉잉! 옛날에도 불고...  지금도 잉잉! 불어... 
아낙들 눈가에 소롯소롯 노롯노롯 이이잉! 황소 오줌보처럼 울어 내린다 
잉잉! 이잉잉! 바람이 불어...
『잘못된 희망과 의지가 상처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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