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신이여! 거미는 곤충이 아니외다
- 순서 -
1. 비비비
2. 기도
3. 계절의 모퉁이
4. 물신의 마름
5. 안개
1
비비비.... 비비비...
일삼오칠구 하고는 똥똥떵, 떵떵똥
이사육팔장 하고는 비비피, 비비피
자다가 꿈속에서조차 떠내려가고 마는 지리한 빗물과
빗속에 흔들리는 내 어머니
똥똥떵 비비피
사륜구동 자동차의 타이어조차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다
JMS집단처럼 타고 넘는 Oh, 하느님
좌측 사분지 일의 하나와
아나방 구멍 속에 일그러진 소년(少年) 같은
우측 사분지 일의 하나
흘레거리며 뒤따르는 사분지 일의 하나와
정신없이 칠갑을 하는 나머지, 나머지 사분지 일이
안개 낀 산 머리를 돌아
정신없이 치달려
녹슨 똥물 뒤집어쓴 화사(花蛇)의 꼬랑지에 매달려
잠시 외출하는 오후다
사람, 짐승, 나무, 돌
아무것 하고도 인사하지 못한다
입술과 안의 똥 찌꺼기들 때문에
환상의 극(極)을 이루고 만다
구름 낀 하늘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우...움
수양버들까지 벌판에 홀로 서서
'공일칠공일일공일육공일구' 에 '일닐구번'
그렇구나! 터지지도 않는 소리들이
저기 저, 하늘을 오르는 한 자락 연기와
이만치도 지천인 달맞이꽃들조차 - 나나 반길 것이지
웃지 마라 '인석아!' 춤이라도 추고 싶다
보라, 즐비한 능선의 고분 위로 산 비둘기 날잖아
지난날들 낡아 터진 초인종 소리 같이 빙봉~ 뱅봉~ 돌다
뽕, 뽕, 힐로 힐로, 어디론가 뽕 따러 가는...
사람, 짐승, 나무, 돌,
탁배기 한 잔을 걸친다 빌어먹을... 하필
저놈의 차는 물을 튀기며 지나가나 몰라 통, 통,
참기름 간장에 하얀 밥을 비벼도 봤지
물론 깨보세이도 집어넣고
맛이야 늘 그랬어 일편담심
개나 돼지... 바부통, 다음은 칡뿌리
또 소나무 껍질 아니 누렇게 뜬 그 상통
그리고는 뒷다리 들고 오줌 싸는 고상한, 그래 고상한
진짜배기 양반들, 말이야 나는
개망초 무덤가에 핀 짜름한 한 톨 땀방울이야
캭캭캭!! 캭캭캭!!
때아닌 저녁을 까치가 울고 있다
모가지를 비틀어 줄까? 흐흐흥,
뒷다리나 내놔,
내놓으라구 Oh, 하느님!
때로 당신, 아시나요
사랑스런 고요한 밤
밀물처럼 일상을 파헤치고 암초를 돌아
빠삐용을 자랑하는 파도의 거품인 냥
오, 아프로디테여! 혼자서는 아이를 낳지 마오
해마(海馬)가 울부짖는 소리로, 비 오는 밤
가로등의 빛줄기 가느다른 사이로
붉은 머리염색에 소복 걸친 먼 날의 영혼이
스크루지 치부책만큼 정든 고요와 밤을
가슴에 묻고 잠이 든다
Oh, 하느님
휭휭... 바람이 불면
팽팽팽... 풀이 눕는다
수련의 아름다운 목덜미도 하얗게 탱강
아니다, 그건 고운 손이 꽃이라고 잘라 갔다
우산살에 이끌려 선 채로 숨을 죽인다
하늘을 본다
흙탕물이 발을 끌어넣고 하복부의 신경은 자못 날카롭다
오줌발이 뻗치는 도랑가에 멱이나 감을까 (포물선을?)
씽씽씽... 씽씽씽... 혀끝에서 사발이 굴러 나온다
일진이 콜라콜라, 루시아(RUSA) 이쁜 년이 지나간다
가슴을 한껏 부풀려 내밀어 보여도 별반 매력은 보이지 않는다
인도나 교차로에서 보랏빛 각선미로 물방울을 튀기다간
빳빳한 은행의 출입구 문턱에서 겨우 숨을 몰아쉰다
다시; 씽씽씽... 씽씽씽...
시내버스가 턱밑에 와서 멎는다 비 맞은 개털로
올라선다 잉잉잉... 전신주 울고
덥석 군침이 돈다 떡볶이 생각이 난다
산다는 건
말이지 다
그렇고 그런 거야, 흘레까지 하고 싶어지는
바람이 멎을 때까지만이라도... 젱젱젱, 서서히
죽어가는 육체를 일으킨다 위대하다
당신은 Oh, 하느님
기도하는 마음으로 당신, 잠시 눈을 들여다보세요
손등은 말고요 눈동자 말이에요, 총명한
무엇이 보이나요요요요요요요요요요요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잠시 눈을 들여다보세요 손등은 말고요 눈동자 말이에요,
무엇이 보이나요?
♨ ♨♨ ♨♨♨ ♨ ♨♨ ♨♨♨
이 그림은 거미 열두 마리임
안개등이 피어오른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적적한 길에
그림자 홀로 울고 있다
여름 강물이 꼬이며 새벽잠을 몽롱하게 풀어놓는다
숨소리만큼 틈을 벌리고 헤집어 들어서면 아, 네
어머니 살아신제
Oh, 하느님!

2
Oh, 하느님!
우리는 당신을 믿습니다
저 들녘의 순수한 벗들에게
당신의 성찰로
감격의 환희를 갖게 하소서
농부의 긴 그림자를 지켜보시고
절망의 늪에서 떨지 않게 하옵시며
그들에게 결실의 기쁨을 허락하소서
긴긴 날을 당신과 함께하며 살아온 우리들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따듯한 안식을 주신 당신이여!
올해 뜻하지 않던 수마가 바로
당신의 발밑을 스쳤습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형제들이
심한 좌절에 가슴을 저립니다
다시 한 번 추위와 굶주림에 흔들리는
그들에게 따뜻한 은혜를 내리시고
그들의 영혼을
영원히, 바르게 인도하소서
세상 만물의 이치를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하옵고
들판의 이름없는 미물과 나무며 그리고 곡식들을
무풍의 지대에서 번성케 하소서
풍선처럼 부푸는 우리의 탐욕이란 것이
당신의 긍지와 더불어 깨끗하여질 것임을
저들 모두 스스로가 알게 하시고
필요없는 광풍을 잠재우사, 평화로운
황금빛 햇살을 이 땅에 고루 퍼지게 하오서
하느님, 아름다우신 당신이여!
우리가 땀 흘리어 이룬 것들을 모두와 더불어
부디 행복하고 맑은 바람의 향기로
널리 퍼질 수 있도록 그리 도와주소서
당신의 이름으로 기도 올립니다
아~~이고!

3
떨어져 내린 오후의 햇살이 차갑기만 하다. 은행알들 기침을 어우르고 노랗게 병든 계절을 질책한다.
아스팔트 가로변 보도블록의 사이사이가 돌쩌귀마냥 삐걱거린다.
변색의 잎사귀들 찾아들고 벗겨지는 섬유질은 팔순의 기력만 할까 묻는다.
산야의 억새나 들국화는 연륜을 가질 것 같은가?
겨울 입새의 개나리 작은 꽃도 마지못해 노란 몸짓을 접는데
멋없이 서 있는 이마빼기 근처로 탄력처럼 펼쳐진 호랑 거미줄 파라볼라 안테나
엊그제 비 맞던 그리움이 남아는 있는 건지, 거미는 곤충이 아니다 위대하다.

4
에테르나 알코올의 냄새도 지워지지는 않는다. 하얀 천장을 이고 낮게 드리워진 형광등
복도는 온통 시끄러운 딸딸거림으로 아우성을 앓고....
신용카드 열 장 정도로 날아다닌다. '공일칠공일일공일육공일구' 에 '일닐구번'
그래도 나는 엽전이라 소리친다. 조용히 해!

5
묻혀도 씻어도 풀리지 않는 이른 겨울의 새벽이 한껏 눈을 부릅 치뜨고 달려간다. 촉각 하나 곤두세우고
속 쓰림 없는 고요한 길을 직진으로 허리를 비틀기도 하며 다리를 건너고 사시처럼 꺼덕인다.
x월 x일 맑음... 그러나 안개...
오늘은 어디로 가는 걸까 액셀러레이터 발판을 조심거리면 안개등도 어두워 신음하는 첫 사랑 연인 같은 마음
어느 시골도시 야간 운동장의 활동사진이 빠르륵 빠르륵 돌아가고 Oh, 쿠오바디스
동토凍土에 피는 희망처럼 더듬어 더듬어 지쳐가다 보면, 미립자 물방울에 커다랗게 떼밀려오는
대문짝만 한 조간신문의 동판인쇄물 밑으로 "개구리 소년 사망 10주년기, 천국에서 만나다."
나는 이렇게 산다. 너희는 어찌 사느냐? Oh, 물신의 계절에 하느님 당신! 그리고는 동서남북 신명이시여!
갈빗대 부러지는 벼락을 주소서
1 2 3 4 번 요추나 미추라도 부러지게 해주소서
경추, 흉추, 요추, 천추, 미추.............. 그래! 미쳐라!
物神이여! 거미는 결코 곤충이 아니외다.

『세상(世上) 속으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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