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녀는 연출 나는 외로움
나의 그녀는 날마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른다
춤을 추지는 않는다 _ 그건 너무 위험하다_
아주 가차이 가차이 바로 무대 앞에서
나는 그녀의 목젖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많은 그녀의 내장들이 그곳을 뛰쳐나온다
거꾸로 뒤집혀 허둥거리는 생선뼈의 모습과
혀에서 떨어지는 숱한 지느러미들
나는 어두운 그늘 속에서 하나하나 그것들을 줍고
이제 그녀는 한참이나 시원해할 것이다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는
난폭한 솜털들 일제히 일어나 경례를 붙인다
그래도 그녀는 춤을 추지 않는다
_ 그건 너무 위험한 일이다 _
그럴 때면 나는 맘이 아프다
그녀가 연출을 하는 동안 나는 관객이 된다
공연이 파하면 무대 뒤로 돌아간다
그녀를 점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
모공들의 잔소리를 받으며
방사선같이 우그러진 눈가의 주름들을
세세히 다시 그려 넣는다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의 무지로
또 내가 투자한 만큼의 이기심으로
그녀를 잡아놓고 후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녀는 늘 피곤하다 말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리하듯 조심스레 그녀의 입을 벌려놓고는
그녀의 잇몸과 혓바닥, 하얗게 빛나는
아름다운 치아들의 숫자를 세어보며
얼마나 더 견딜 수 있겠는가 계산을 한다
마치 어린 시절 힘차게 올라타던 우리 집 똥개의
입안을 들여다보듯
(비록 독살된 쥐새끼를 먹고 뒈지긴 했지만)
그녀의 입안은 내 포도청이다
찔레나무 가시에 찔려 쩔쩔매던 나의 손가락 사이로
조요히 떠올라온 기억들
언제부터인가 그녀의 연출은
내게 외로움을 던져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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