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존심
자신을 예삐 여기는 여인들의 마음속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남자들이란 뻣뻣이 발기한 씨방 껍질 뻗대기만 같아
콜콜, 클클
늘어진 냄새만을 가지고 있는데
여인들의 마음엔 어떤 색깔이나 빛깔들이 들어 있을까?
빨갛게 추는 탱고의 정열이나 노랗게 여린
숙주나물의
젖은 보드라움이 묻혀져 있을까
염소떼 뛰어드는 파란 언덕이 감겨져 있을까
천상에서 빨, 주, 노, 초, 파, 남, 보랏빛의 꿈을 꾸며
지상에서 윈도 화려한 불빛에 내몰리는
우아한 가발의 마네킹
고
섹시한 포즈를 바라보면
아, 저게 그녀들 마음인가 보구나
감탄을 하기도 하지만
자갈치 바닷가 뒷골목에 있는 여우같이 늘어진
찻집의 그림자를 그려보면 그럴 것도 같고
연애시 한 줄에 자신을 매달아 연처럼 띄우다가도, 돌연
날 선 대나무 찬바람 같은 앙금으로
싹둑 잘라버리는 그런 솜씨엔 또 그런가,
어려서 하늘나라 천사나 선녀는 오직 여자들뿐이라고
남자란 군불 지필 나뭇짐을 져서 나르거나
어려운 시절을 떠맡아 구국의 꽃 정신을 발휘하는
그런 바보 등신 천치쯤으로 알았다
늘 그래 사는 것이라 여겼다
이제야 남자도 날개옷을 입고 날면 천사가 되고 선녀도 되고
여자들은 제갈공명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여인들, 자신을 예삐 여기는 그 여인(女人)들 마음속엔
정말이지 어떤 빛깔이 들어 있어
그리 눈물을 빛내게 할까, 궁금하다
혹, 이러다가
마누라한테 맞아 죽는 건 아닐까?
걱정도 들지만은
『 세상(世上) 속으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