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깝고도 먼 길 / 답신 ♡
아름다운 그녀의 아름다운 답신에
자의 반 타의 반 키득키득 웃어젖힌다고 말한다
나비처럼 키득키득!! 나는 지금
용궁으로 가야 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어머! 세상에 뭐 이런 뽄새가...
그녀는 아마도 또는 슬며시 그 말의 뜻에 놀랄 것이다
놀라는 그녀는 더욱 아름답게 빛이 나겠지만
나는 지금 아주 작은 시간들이 필요하므로 함께할 수가 없다
사실은 그녀가 많은 물때를 묻혀 날아오를 때 털어내는
파드득 소리가 키드득 소리보다는
더 아름답게 들린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정말 자유로운 정신이므로,
그래도 나는 늘어지게 잠을 잘 시간이 논밭의
콩단 볏단만큼 많이 있어도
함께할 시간은 없다고 말한다
아주 이따금 나는 내가 숨겨놓은 저 깊은 마음의 밀실에서
복면을 덧씌워 꽁꽁 묶어둔 그것들을 들춰볼 때마다
가슴 아픈 소리를 듣는다
가까운 거리를 날고 싶어 얼굴 가죽을 벗겨 내고 화장을 할 때에
그것들을 벗겨보긴 하지만 그때마다 그것들은
늘... 츠츠츠, 라든가 쌔쌔세, 라고 지껄이며
바람 지나가는 소리만을 내고 있었다
가끔은 나의 밀실에도 햇살 한 줌씩은 들어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열심히 그 구멍을 틀어막는다
그곳은 바닷가가 가까운 휴전선 같은 곳이므로
나는 그 경계선으로 그녀를 끌어들일 수가 없다
일구사팔년도쯤 오래전에 그곳을 배회하던
내 외삼촌의 넋이라도 만날까 두려워서
나는 오늘도 혼자서만 키득거리며 이 망할 눔의 가깝고도
먼 나라 땅덩어리를 들었다 놓는다
사실은... 파다닥...! 거리고 싶어도 잘 되지 않기에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