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오! 나를 따르는 군사들

 
┼ 오! 오! 나를 따르는 군사들 
회색 구름 낮게 깔린 가을걷이 들판에 서면 
저기 저, 강을 건너 밀밭처럼 
오! 오! 나를 따르는 군사들 
장사진을 틀고 학익진을 펼쳐 날개를 흔든다 
그들을 이끌어 살아오며 쿠쿠! 쿠쿠! 신음을 떨구며 
당치도 않게 
비굴해지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넘어가자 
오! 오! 저기 나를 따르는 군사들 달려나간다 
오! 오! 함성을 지르며, 
차라리 나는 눈을 감아버리자 
가끔은 울고 싶은 적도 있었다 하얗게 날을 새우며 
오! 오! 나를 따르는 군사들 
힘이 넘쳐나는 시간 
신립(申砬)의 모양새로 샛강에 배수진을 치면 
나는 정말 장수다운 장수가 되는 것일까 
오! 오! 나를 따르는 군사들 오! 오! 
가까이 어느 몇 날에 *오만 구천육백 년만큼 적을 껴안고 
빛나는 창검에 깃발을 날리며 
이제 나는 
용마루 막새나 타고 앉을까, 
마침 오늘은 8월 15일 
오! 오! 저기 나를 따르는 군사들 그들 군사들 
알프스의 냉동인간 *외치처럼 
오! 오! 사람은... 언젠가는 밝혀지는구나 
누구의 군사라도 
그 어느 누구라도 자신에게는 늘 진실한 법이라고 
『세상(世上) 속으로』中에서 

   * 5만 9천6백 년만큼 - 2003년 8월 27일 5만 9천6백여 년 만에 화성과 지구가 가장 가까이 다가선다고 함. 
    * 외치 - 19991년 이탈리아의 알프스산맥 고산지대인 외치 계곡의 빙하 더미에서 한 독일인 등산가에 의해 발견된 
                5300년 전에 아사한 것으로 추정된 신장 1m 59cm에 49세 정도의 이 냉동인간은 발견 당시에는 사인이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12년 후 2003년에는 남의 지역에 잘못 들어가 격투를 하다 2cm짜리 화살촉에 어깨를 맞아 뼈가 부스러져 
               신경과 혈관이 찢어지는 치명상을 입고 살해되었다고 다시 추정되었다. 
 


By Celtic Waters, Samuel Re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