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 속으로

고무줄 같은 여느 아침

추곡저 2013. 3. 19. 22:16
       
      # 고무줄 같은 여느 아침 
      여느 아침 앳된 암컷의 말간 피부와 깜빡이는 
      속눈썹이라던가는 
      절망(絶望)이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햇살도 오래 머무르지 않으니...  
      바람이 불어 잎이 떨어지고 
      다시 반짝이는 피부라던가 
      까만 속눈썹이 수정처럼 정치된다 
      한 가닥 빛으로 여과된 투명의 욕구들이 
      시퍼런 공기 속을 
      서서히 헤엄쳐 날고는 
      가만 손이라도 들어볼 냥이면 
      가슴도 없는 빈 옥수숫대로 사내의 머리에다 
      보이지 않는 물관을 아주 깊이 꽂아 넣는다 
      자라는 건 생고무줄 같은 힘으로 
      한 생을 움켜쥐는 
      희디희게 뻗어내린 심줄 같은 뿌리들 
      다시 태어나면 태고로 돌아가 천 년 묵은 
      소나무 아래 달을 베고 
      바람을 가르는 검객이고 싶다
      『세상(世上)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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