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다시 1호 체인점에서(1)
속이 곪아 터진 여자의 아침에 피어 올라오는 안개가
동네를 한 바퀴 휘~ 돌고는 젊은 뱀처럼 풀숲으로 사라진다
낯선 사내가 휘파람을 불면 움찔거리던 그녀 새벽부터 일어나
반듯하게 눈썹을 그리고 개수대에 손을 담근다
호박 한 덩이에 두부 한 모 콩나물 천 원어치...
먹지도 않을 된장을 풀어 장국을 만들고
소금을 한 줌 얹어 훌훌 뿌려준다
친정에 계신 늙은 노모의 얼굴이 떠오른다 백 년도 살기 힘든 것을
피어나는 감나무 이파리 속에서 하얗게 웃어주는 틀니 사이
고춧가루 한 점 묻어 있다 버리지 못하고 늘 끼고 살아온
아이들에 대한 걱정거리로 울렁거리던 가슴을,
이제 망망한 사월 십구일 아침에 그처럼 소망하던
천국의 문(門)이 열리고 있는 중이다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깨진 거울에 비춰본다
점점 닮아간다 사내들 웃음소리 뒤로 시들어가는 개나리 꽃잎처럼
Les Larmes Aux Yeux(흘러내리는 눈물) / Jeane Manson & Christian Delag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