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계

무요일

추곡저 2014. 11. 10. 20:15
    
      ▒ 무요일 ▒
    비비에스 간판이 길모퉁이에 서 있고 사람들은 표정이 잠긴 채 기웃거린다. 
    다이어트 식단으로 아침을 건넨 굽 높은 그녀의 신발이 튕겨져나간다.  
    현금카드 인출기가 신 들린 지폐를 풀어대고 손바닥 사이를 
    가로질러 가로수가 꺽꺽 울어댄다. 
    길옆이라 말해준다. 
    콩나물 끓는 물에 데인 지난 저녁의 상처가 하늘 꼭대기에 걸려 전경을 바라본다. 
    전봇대에 하루가 붙어 있다. 
    크게도 작게도 휴대전화가 출근을 타박한다. 
    손거울에 묻어둔 얼굴 주름이 저만치 사라진다. 
    뒤를 힐끔거린다. 
    바쁘다고 소리 지른다. 침을 뱉는다. 
    무요일이라 피곤하다. 
    깨달아 가는 것은 너무 느리다고 생활이 비웃는다.  
    하늘은 낮게 을씨년스러워진다. 
    오백 원짜리 동전으론 살만한 것이 마땅치 않다고 투덜댄다.
    껌을 씹는다. 
    철가방이 따각거리고 짬뽕 국물에 무조각이 따라붙는다.   
    밤이면 뒷골목에 화장실이 어른거린다. 
    뱉어낸 오물들이 팔려 간 누이의 웃음처럼 몽롱하게 사라져 버린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사타구니를 쓰다듬는다. 
    휑한 눈으로 주저앉는다. 
    다시 배앓이가 시작된다. 
    소다가루 한 움큼을 쏟아 붓는다. 
    위장은 소리 없이 잠이 들고 안 - 녕, 안 - 녕, 전깃불이 나가 버린다. 
    앞은 보이지 않고 또다시 무요일이 돌아온다. 
    

        enochmati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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