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에 가는 길
보이지 않는 빗속을 소박맞아 갑니다
가야 할 때 왔다기에 몰골 젖어 갑니다
바닥에 눕는다 말리오리까
발길에 차인다 푸념하리까
반쪽이 왔다가 촉촉이 간대도 속 비워 애태울 건 하나 없지요
날이 흔들려 갈피를 잃고 밤이 싸늘해 뒤꿈치가 떨려도
공기는 차게 틀려 가라만 하고
구겨져 찢긴 모습이 고개 숙여 갑니다
얼굴 단다 말 못할 건 하나 없는데
이리 간다 하온들 울며나 가오리
저 산에 뫼를 들려 가마를 타고 꽃상여 앞세우고 그리 갈게요
서다 가다 불빛에 눈물이 방울 시리면
그리운 내 사랑에 애를 태우던 빈손에 들린 情은 안고 가리다
뒤 돌아서 그대 떠나 이별하여 가는 길
걸어 걸어 빗속에
소박(疏薄)맞아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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