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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하다고 감방 갔다…'한강 20년 과선배' 마광수 죽인 그날

추곡저 2024. 11. 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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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하다고 감방 갔다…'한강 20년 과선배' 마광수 죽인 그날

김나한.심석용 기자 님의 스토리
  15시간  6분 읽음
 
추천! 더중플 - 시대탐구 1990년대 : 모든 오늘의 시작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를 딛고 시작된 1990년대엔 개인과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한편에선 양적 성장에 몰두한 과거의 내달림이 성수대교 붕괴 등 대형 참사를 낳았습니다. 30년이 흐른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90년대의 명암, 그중 ‘필화’ 사건부터 돌아봅니다.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 작가의 연세대 국문과 20년 선배인 고(故) 마광수 교수는 여대생 '나사라'의 섹스 라이프를 묘사한 『즐거운 사라』를 썼다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했습니다. 사라는 이제 자유로워졌을까요?

고(故) 마광수 교수의 소설. 중앙포토

고(故) 마광수 교수의 소설. 중앙포토

 

1992년 10월 29일 대학 중간고사가 막 끝난 무렵 이른 아침. 마광수 연세대 교수 집 전화가 울렸다. “서울지검 특수2부입니다. 조사할 게 있으니 바로 출석하십시오.” ‘그 책 때문일 테지….’ 전년에 쓴『즐거운 사라』가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판매 불가 결정을 받고 전량 수거된 데 반발해 출판사를 옮겨 재출간한 참이었다. 윤리위는 곧바로 다시 판매 금지를 결정하고 검찰에 알렸다.  

나름 모범생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연세대 국문과에 수석 입학해 모든 과목을 A로 졸업했다. 26세에 등단한 뒤 2년 만에 홍익대 국문과 교수가 되자 ‘최연소 대학교수’로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윤동주 시의 핵심 정서를 ‘부끄러움’으로 정의하며 학문적 인정도 받았다. 그런 인생이 한순간에 금 가기 시작했다.    

 

오후 4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음란물 배포 및 제조 혐의.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음란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책은 ‘금서’가 돼 독자로부터 격리됐다. 서울구치소에 갇힌 신세가 됐다. 이 모든 게 불과 몇 시간 만에 진행됐다. “민주화가 된 지 언제인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무서운 박정희 정권 때도 야하다고 잡아가진 않았는데…!” 울화가 치밀었지만, 두려움도 엄습했다. 

 

 

 

두 달 뒤, 마 교수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때와 장소, 상대방을 가리지 않은 각종의 난잡하고 변태적인 성행위를 선동적인 필치로 노골적,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데다 (중략) 주로 독자의 호색적 흥미를 돋우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게 판결 요지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책의 음란성을 문제 삼아 작가를 구속, 징역까지 선고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 벌어진 순간이다.  

 

이후 삶은 내리막. 교수직에서 해직됐다. 1998년 복직했지만 2000년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연대 학생들이 반발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다시 복직한 뒤 2016년 정년퇴직했다. 이 기간 그는 전공과목을 거의 맡지 못했다. “문단과 학계 모두 왕따예요. 요즘은 야한 게 욕이 아니잖아요. 야한 것을 다 좋아하면서도 이중적이지.” (2009년 8월 tvN 백지연의 피플 INSIDE 인터뷰)

 

정년퇴직 1년이 막 지났을 무렵 그는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채 발견됐다. 마 교수의 제자이자 후배였던 고운기(한양대 교수) 시인은 그가 숨지기 직전의 만남을 떠올렸다.

마광수 교수 (1951.4.14.~ 2017.9.5) 중앙포토.

마광수 교수 (1951.4.14.~ 2017.9.5) 중앙포토.

 

“돌아가시기 한 달 전이었나. 평소처럼 선생님 댁 주변 식당에서 만나 밥먹고, 자리 옮겨서 맥주 한잔 했어요. 그때 이미 술은 거의 못 하시게 됐고 위장병도 심했어요. 수면장애와 우울증도 컸고요. 그래도 그분이 버틸 수 있던 건 어머니 때문이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아프고 남한테 신세 지고, 그 책 이후로 스스로 검열하느라 글도 제대로 못 쓰고. 그런 내가 구질구질하게 오래 산다? 아마 그걸 견디지 못하셨을 거예요.”  

웹툰ㆍ만화ㆍ영상ㆍ웹 소설 등 『즐거운 사라』는 상대도 되지 않을 만큼 노골적인 묘사가 담긴 콘텐트가 넘치는 시대, 마광수 필화 사태는 철 지난 해프닝일 뿐일까. 그렇다면 『즐거운 사라』가 2024년 지금까지 '금서' 로 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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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20년 과선배 마광수, ‘즐거운 사라’ 쓰고 감방 갔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4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