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식물정부’ 조선·동아 비판에 정부부처 발끈 “공직사회 폄훼
‘尹 식물정부’ 조선·동아 비판에 정부부처 발끈 “공직사회 폄훼”

조선일보·동아일보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정부의 핵심 정책 진행이 멈췄으며 공무원 사회에서도 비판적인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하자 정부 부처들이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공직사회를 폄훼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보도설명자료에선 구체적으로 보도의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정부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부분이 강조됐다. 자료를 작성한 기재부는 보도에서 지적하는 내용이 많아 이 같은 보도자료를 작성했다고 설명했지만 “자료만 본다면 보도 자체가 틀렸다고 인식할 수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교육부 등 4개 정부 부처는 지난 26일 보도설명자료 <‘핵심 국정과제 발빼는 공무원들’ 보도, 사실 아냐>를 내고 조선일보의 지난 19일 1면 보도 과 동아일보의 지난 26일 2면 보도 <“정권 바뀌면 감사 당할라” 핵심 국정과제 발빼는 공무원들>을 오보로 규정했다.

조선일보·동아일보 보도는 윤석열 정부의 낮은 지지율과 국회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의 주요 정책이 멈춰있는 식물정부 상태이며, 공무원들 역시 복지부동 자세를 보인다고 비판하는 내용이다. 조선일보·동아일보는 각 부처 공무원과 관계자들 인터뷰를 통해 현 정부를 바라보는 이들의 속마음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10일 임기 반환점을 돈 가운데 최근 중앙 부처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와 복지부동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며 “지난 6월 윤 대통령의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발표 이후 출범한 산업통상자원부 TF도 지원자가 없어 구성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세종시 관가에서 ‘유전 팠다가 안 나오면 감사당할 수 있다’ ‘정권 바뀌면 나중에 책잡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았고, 이런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보도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대왕고래 담당 부서로 가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산업부 내에서 대왕고래 TF 차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또 동아일보는 “불리한 내용 홍보나 민원 처리 등을 떠넘기는 일도 늘었다”며 최근 체코 반독점 당국이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계약 체결을 일시 보류하자 산업통상자원부가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최근 의료, 연금 개혁 담당 일부 공무원들은 내년 정기 인사에서 다른 자리로 옮기겠다고 손을 들었다”면서 “자칫 말 한번 잘못했다가 꼬투리를 잡힐 수도 있어 의료 개혁 관련 실·국·과장들은 모두 ‘전화 포비아(공포증)’ 상태”라는 복지부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기사 이미지를 통해 “정부 내 규제개혁 TF 개점휴업”이라고 표현했다. 이밖에 동아일보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야당에서도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교육부와 교육청 내부에선 내년에 문제가 생기거나 정권이 바뀌면 담당자가 문책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고 했다.
4개 부처는 조선일보·동아일보 보도를 오보로 규정했지만, 보도에 나온 쟁점에 대해선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4개 부처는 “(조선일보·동아일보 보도는) ‘국민의 봉사자’로 사력을 다하는 공직사회를 폄훼하는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고 있다는 일련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민생과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꺾는 보도를 자제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부처 입장을 취합해 보도자료를 작성한 기재부에 왜 보도설명자료에 구체적인 설명이 담기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기재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기사에서 한 부분만 잘못됐다면 그 내용을 정정할 수 있지만 (조선·동아 기사는) 내용이 많았다. 모든 부분을 하나씩 설명할 것인지, 착실히 일하는 공무원이 많다는 걸 알리는 게 좋을지 판단했을 때 후자가 더 좋겠다고 여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보도설명자료만 읽으면 어떤 점이 문제인지 이해하기 어렵고, 보도가 전부 다 잘못됐다는 식으로 읽힐 수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앞서 설명한 취지로 보도설명자료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상은 설명할 게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동아일보 보도는 공무원과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현재 정부와 정책 진행 상황에 대한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부처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다른 내밀한 속마음이 기사에 담길 수밖에 없지만 각 부처는 조선일보·동아일보 인터뷰이들의 발언과 기사 내용이 부처 공식 입장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규제개혁TF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동아일보 비판에 대해 “회의가 지난해 6월 이후 열리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규제 대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며 지난해 6월 이후 8건의 규제 관련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지난 26일 같은 면 보도에서 규제개혁TF가 피드백을 주지 않는 등 제 역할을 못 한다는 경제단체 관계자 발언을 전했으며, 서울신문 역시 29일 사설을 내고 “(규제개혁TF가) 임기 초반을 제외하고는 요즘 피드백이 거의 없다는 게 경제단체들 얘기”라고 전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서울신문에서도 관련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경제단체 어떤 분이 어떻게 말했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 경제단체에서 건의가 오면 회신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동아일보가 관계자를) 취재해 기사를 썼다고 하는데, AI디지털교과서 관련 부서에선 (동아일보가 지적하는 내용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보도가 나간 뒤 확인하면 직원 입장에선 당연히 ‘우려가 없다’고 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 “직원들끼리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동아일보가 이야기하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사는 의료·연금개혁 부서 인사이동 요청이 많은 상황에 대한 지적인데, 어떤 부분을 문제로 본 것인가”라는 질문에 “(동아일보가) 누구와 인터뷰했는지 모르겠지만, 인사이동 요구는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인사이동 요구가 있다고 정부가 일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해) 조선일보·동아일보가 누구와 이야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뷰한 사람이 개인적인 생각을 가질 순 있지만 산업부를 대표한다고 보긴 어려우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프로젝트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며, 추가적으로 인력배치를 할 분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6월 구성된 대왕고래TF는 이틀 내로 꾸려졌으며, 지원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