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날의 신부
겨울 그리움 1
추곡저
2012. 12. 29. 09:26

♡ 겨울 그리움 1 ♡
밤이 오는 거리로 천천히 나서 볼까요
달아나는 바람을 저만치 잡고 물어보면서
맨발에 꿰인 발가락을 낙엽 속에 묻어 가만히
그대에게 보낼까도 생각하는 중,
갑자기 배가 고파 오네요
포장마차 불빛이 너무 슬퍼 울음이 날까요?
어묵 한 접시에 국물을 후룩거리곤
빈 잔 속에다 갈 길을 채웁니다
내 갈 길은 인적 알 수 없는 산허리의 자작나무 숲
애벌레 파닥이는 밑동일망정
다람쥐가 뛰쳐나와 반기는 곳이죠
꼬지의 미운 맛 하나 입속에 넣어 우물거려 봅니다
싸늘한 혓바닥을 뱉아낼 수가 없군요
우리... 바람을 몰고
눈 내리는 자작나무 숲으로 가요
깊어져 들진 못해도 저마다 피어나는 자작나무 숲
『내 어린 날의 신부』中에서
